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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n J Med Hist > Volume 29(3); 2020 > Article
의료인류학의 연구동향과 전망: 개념의 전개와 의료사와의 접점을 중심으로†

Abstract

This study explores the history of research in Medical Anthropology by examining key concepts in the field with a focus on their relevance with findings from the field of History of Medicine. The concepts discussed in this paper are Medical Pluralism, Social Suffering, Biopolitics, and Care. Since concepts internalize the ethnographic gaze, what this paper aims is to trace the development of the gaze on a historical axis. Although concepts come from a specific historical period, they are by no means exclusive to it, as they are revisited again and again through various discourses. In other words, the insight that the previous meaning of a concept has grasped is instilled into the revisited concept. In this way, concepts engage in historical communication, create intersections with the interests of History of Medicine. By discussing these intersections with each concept, this paper suggests the complementary roles of the two fields and their approach to historical events and phenomena.

1. 들어가며

인류학 연구에는 역사에 관한 질문이 내재해 있다. 인간과 인간 집단의 양상(사회, 혹은 문화라고 불리는)에 관해 연구하는 인류학은, 기본적으로 인류는 어떻게 그 집단의 양상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궁구한다. 이 인류학의 테마는 시간 축에서 두 가지 역사에 관한 질문으로 나뉜다. 우선, 인류학은 인간 집단의 양상이 형성되는 시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다. 언어를 통해 소통하고, 생계를 꾸리는 경제활동을 하고, 정치 조직을 만드는 것은 인류 모든 집단에서 관찰된다. 다양한 환경, 동떨어진 지역적 거리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류가 가지는 이러한 집단의 양상의 시작과 전개에 대한 질문은 인류학이 궁구하는 인간에 대한 이해를 위해 필수적인 질문이었다. 이 인류학적, 역사적 질문이 인류학자들을 오세아니아,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 북극의 인간 집단들에 대한 연구로 이끌었다. 소위 원시사회라고 불리는 이 집단들은, “우리[인류]가 어떤 단계의 과거를 거쳐 왔는지 조명”(레비-스트로스, 2018: 29) 할 수 있는 현지를 제공해 왔다. 인류학에서 그 사회들은 살아 있는 역사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 지금의 인간 집단을 연구하는 인류학은 기본적으로 당대의 사회, 문화가 있기까지 역사의 궤적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지금의 사회와 문화의 현상은, 역사적 흐름의 현재시제적 체화이기 때문이다. 특히, 역사에 깊은 관심을 보이는 당대의 인류학에서, 지금의 문화적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역사에 대한 논의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과거 인류학의 ‘역사 없는 문화’에 대한 심각한 비판을 통해 대두된 당대의 인류학은, “인류학과 역사학의 필수적인 상호의존성”(Comaroff, 1985) 위에서 인류학적 작업을 수행한다. 최근 인류학의 저작에서 연구대상 사회의 역사가 빠짐없이 논의 되는 이유이다. 특히, 지금의 사회 문화적 실천을 논의하기 위해서, 인류학은 근대 이후의 역사에 깊은 관심을 가진다. 이와 같이 인류학 연구에는 기본적으로 역사에 관한 질문이 내재해 있다.
인류학은 당대를 연구한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대한 연구는 이전의 시간에 대한 고찰 없이 불가능하다. 인류학의 ‘현지조사’에는 이러한 역사의 관점이 포함되어 있다. 인류학의 방법론일 뿐만 아니라, 인류학이라는 학제의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을 ‘현지조사’는 인류학의 시간에 대한 관점, 또한 역사에 대한 관점을 드러낸다. 인류학은 ‘현지’에 대한 직접적 참여관찰을 통해 사회와 문화의 현상을 연구한다. ‘현지’조사는 ‘현재’에 대한 인류학의 깊은 관심을 지시한다. 하지만 지금의 현상은 여러 층의 조건들에 의해 드러남을 인류학은 강조한다. 인류학의 민족지 또한 이 중층(重層)에 대한 기술(記述)이다. 그 조건 중 역사적 조건의 중요성은 당대 인류학 연구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금의 문화 속 지금의 행위를 인류학은 참여관찰 하지만, 그 관찰 시선의 목적지는 지금의 표면에만 머물러있지 않고, 거기에 연결된 시간의 지층들을 함께 보고자 한다. 인류학에서 “문화는 행위로 기록된 문서”이다(기어츠, 2009:20). 그 행위 속에 기입된 역사의 흐름, 역사성을 지금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것이 인류학이다. 이 논문은 이러한 인류학과 역사학의 접점 위에서 의료인류학의 연구사를 논하고자 하는 시도이다.
언어, 경제, 정치가 모든 인류 집단에서 관찰되듯이, 의료 또한 그 그룹의 크기나 복잡 정도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 집단에서 관찰된다. 인류 집단들이 공유하는 구체적 양상의 내용들(즉, 언어를 통한 소통, 경제 활동, 정치 조직구성 등)을 지목하여 언어인류학, 경제인류학, 정치인류학 등 인류학의 세부학제가 만들어졌듯이, 의료인류학 또한 인류학의 빼놓을 수 없는 세부 연구주제이다. 특히 최근에는 의료영역의 확장과 영향력 확대에 발맞추어 의료인류학은 인류학의 세부 학제 중 가장 많이 연구되는 인류학 분야로 자리 잡았다[1]. 인류학과 역사학의 연결성을 고려할 때, 의료인류학의 이러한 부각은, 다양한 주제에서 의료사 연구와의 접점을 시사한다.
인류학 연구가 역사에 관한 질문을 내재하고 있듯이, 의료인류학 연구 또한 의료사에 관한 질문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다. 어떻게 인간의 그룹들은 예외없이 의료를 가지는가? 인류학자들이 소규모 사회에 대한 연구를 통해 접근하고자 했던 이 질문은, 고대 사회, 중세 사회에 대한 의료사적 접근을 통해서도 물을 수 있다. 의료인류학이 주목하는 다양한 지역의 다양한 의료는 또한 다양한 지역에서의 의료사적 접근과의 연결을 통해 고무적 토론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근대 이전의 의료에 대한 역사 기록들과 이에 대한 연구는, 인류학이 궁구하는, 인간 집단의 양상으로서 의료에 대한 논의에 크게 기여할 가능성이 열려있다. 근대 이후 의료사 연구는, 현재의 (혹은 ‘현지’의) 의료 실천에 깊은 관심을 가지는 의료인류학에게 최적의 파트너이다. 의료인류학이 주시하는, 제도, 의료기관, 의료지식의 현재적 모습은 근현대 역사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 없다. 그러한 맥락 속에서 의료 관련 실천을 연구하는 의료인류학에서 그 실천이 드러나는 중층의 층위를 짚어보기 위해서는 근현대 의료사를 논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당대 의료인류학의 민족지는 그 연구 주제와 관련된 역사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한다.
의료인류학의 역사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의료사의 인류학에 대한 관심 또한 존재한다. 네이슨 시빈(1990)은 그의 의료사에 대한 회고와 전망 논문에서 의료사와 인류학의 그 동안의 대화와 앞으로의 상호작용을 통한 시너지에 대해 논했다. 그에 따르면, 의료사에서 내재주의(internalism)와 외재주의(externalism)의 이분법을 극복하는데 인류학이 기여한 바가 크다. 특히, 개념, 가치, 사회적 상호작용을 함께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인류학의 ‘문화’ 개념이, 의학 내부의 지식에 집중하는 방향성(내재주의)과 의학 외부의 사회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경향(외재주의) 사이의 상호작용을 통해, 의료사에서 역사적 상황 전체를 그려내는데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시빈은 앞으로의 의료사 연구주제를 논하면서도, ‘의료다원주의’, ‘이론과 실천’, ‘지역연구’, ‘환자 경험’, ‘진료현장의 협상’ 등과 같은 인류학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는 주제들을 거론하며 의료사와 인류학 간의 대화를 촉구한다.
이와 같은 의료사의 의료인류학에 대한 관심은, 의료인류학의 의료사에 대한 관심과 만나면서 두 학제 간 접점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찰하는 작업을 요구한다. 이러한 배경 위에서, 이 논문은 의료인류학의 연구사를 통해 의료사와의 접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2. 개념을 통한 의료인류학사 고찰과 의료사와의 관계

의료인류학 연구의 역사를 고찰할 수 있는 방식은 하나가 아닐 것이다. 기념비적 저작들을 징검다리 삼아 연구사를 횡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영향력있는 의료인류학자들의 족적을 나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각 지역에서 진행된 의료인류학 연구를, 예를 들면 동아시아의 의료인류학 연구, 아프리카의 의료 인류학 연구 등을 나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개념들을 통해 의료인류학의 연구사를 고찰해 보고자 한다. 개념들을 선택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한 편의 논문 분량으로 방대한 의료인류학 저작들과 다수의 의료인류학자들을 살피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이유가 있다. 각 사회의 구체적 상황들 속에서 현장연구를 하는 인류학 연구를 고려할 때 분량 상의 무리뿐만 아니라, 나아가서는 곡해의 문제 또한 있을 수 있다. 이에 비해서 개념은 논문 분량에서 연구사를 짚어 볼 수 있는 가능성을 허한다.
인류학에서 개념은 데이터를 관통하는 키워드이다. 또한 이론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에 키워드 이상의 응집력이 있다. 이론으로 현상을 해석하는 인류학의 방향성 속에서, 개념은 응축된 형태로 그 바탕에 있는 이론의 지향과 시선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개념들을 통한 연구사 고찰은 특히 흥미로운 논의의 지점들을 제시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개념은 이미 많은 접점들 위해 존재하기 때문에, 의료사와의 접점을 논의하는데도 용이하다. 의료인류학의 방향성, 관점, 이론이 어떻게 의료사 연구와 연결될 수 있는지를 개념이라는 다리를 통해 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사 연구는 이론에 대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박윤재(2020)는, 의료사 연구에서 이론 논의의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표현하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구체적 사례를 보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평가하고, 그 의미를 보편적인 측면에서 파악하는 장점이 있다. 한국의 사례를 분산되고 독립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서양의 다른 예와 연관시켜 고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론의 활용을 통해 전통적인 소재가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고, 하나의 사례에서 다른 사례와 연관시킬 수 있는 보편성을 추출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의료사] 연구는 이론의 소극적 적용에 머물”러(박윤재, 2020: p.442) 있는 상황에서, 개념이라는 연결점을 통한 의료인류학과 의료사의 접점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의 의료사 연구에 기여할 수 있는 고무적인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논문이 짚어보고자 하는 의료인류학 개념들은 의료다원주의(Medical Pluralism), 사회적 고통(Social Suffering), 생명정치(Biopolitics), 돌봄(Care)이다. 이 네 개념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이들이 의료인류학사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 개념들이기 때문이다. 이 개념들이 의료인류학의 개념사와 이론사를 다 포괄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조명은 인류학에서 의료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묻는 방식에 대한 충분한 예시를 제공할 것이다. 의료인류학의 주요개념이기에 이들에 대한 조망이 의료인류학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개념들을 선택했다. 물론 시간대가 중첩되면서 전개되지만, 이들 개념들은 나열한 순서대로 의료인류학사에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 개념들을 짚어보면서 의료인류학의 전개 장면들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즉, 의료다원주의와 의료인류학이라는 세부 학제의 공식적 대두, 사회적 고통과 의료인류학의 비판적 경향의 대두, 생명정치(biopolitics)와 포스트(post-) 이론들의 영향, 돌봄과 더 많은 돌봄이 요구되는 시대의 도래 등 역사적 맥락을 돌아보게 한다. 이 개념들이 의료사와의 접점을 논의하는 데에도 충분한 대화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 또한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
본 논문에서 개념들을 통해 의료인류학사를 고찰한다는 것은, 지역적 맥락을 떠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 개념이 특정 지역에서 어떻게 인용되면서 연구되었는지(예를 들면, 동아시아에서 의료다원주의에 대한 연구들)를 살피기보다는, 하나의 개념이 어떠한 맥락에서 대두되고, 그 개념이 사회문화의료현상 독해를 위해 어떠한 시선을 제공했는지를 주로 살피고자 한다. 이러한 방향성에 맞추어, 이어지는 본문에서는 각 개념이 대두된 배경, 연구 내용, 개념에 대한 비판 등을 제시하고, 이어서 그 동안의 논의 위에서 전개되는 최근의 연구경향을 다루고자 한다. 의료사 연구와의 연결점에 대한 논의 또한 각각의 개념을 다루면서 상술할 것이다.

3. 의료인류학 개념의 전개와 의료사와의 접점들

1) 의료다원주의

의료다원주의로 번역되는 메디컬 풀루럴리즘(medical pluralism)은, 복수의 의료체계와 연결되어 있는 사회문화 현상, 또한 질병에 대한 관념과 실천을 읽기 위한 개념이다. 기본적으로 의료다원주의 개념은 의료는 복수이며, 그렇기 때문에 의료는 기본적으로 의료‘들’이라는 것을 명시하는 선언의 의미를 가진다. ‘다원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 자체가 헤게모니적 의료 외의 의료에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그래야 의료와 이에 연결된 사회문화 현상의 실제가 제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생의학이 헤게모니적 위치에 있지만, 실제 환자들이 의료로부터 도움을 받는 방식은 복수의 의료시스템의 존재 속에서 다양하게 드러난다는 것을 의료다원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지시하고 있는 것이다. 생의학과 한의학의 공식적 이원 체계를 가진 한국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생의학이 지배적 위치에 있는 북미유럽에서도 자연의학, 동종요법, 동아시아의학, 아유르베다가 공존하면서(Johannessen and Lazar, 2006) 의료다원주의를 가시화한다.
의료다원주의 개념은, 의료인류학의 고전인 찰스 레슬리 편저의 『아시아의 의료 시스템들(Asian Medical Systems)』(1976)과 아서 클라인만의 저서 『문화적 맥락 위의 환자와 치유자(Patients and Healers in the Contexts of Culture)』(1980)에게서 영향 받은 바가 크다. 두 저서는 상보적인 관계를 가지면서, 의료다원주의 개념의 유포와 그 개념을 통한 연구들을 견인했다. 『아시아의 의료 시스템들(Asian Medical Systems)』은 아시아의 다양한 전통의학들을, 또한 다양한 존재방식을 현란하게 제시한다. 동아시아의학, 인도의학, 아랍의학의 몸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에 연결된 존재론적 사유에서부터[2], 구체적으로는, 인도, 스리랑카, 홍콩, 일본, 대만, 인도네시아의 의료다원주의의 상황을 기술하고, 분석한다. 정부의 지지를 받고 있는 각 지역의 생의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통에 시선을 던지며 의료에 관한 다원주의의 실제들을 드러내 보이며 그 전통의학들이 어떻게 생의학과 공존하는지 보이고 있다. 그리하여 복수 의료의 공존이, 빼놓을 수 없는 인류학적 연구 주제임을 예시하고, 강조하고 있다. 클라인만은 복수 의료의 존재에 대한 이론적 분석과 대만 현지조사의 예시들을 통해서 의료다원주의 개념을 앙양한다. 그는 의료체계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며 의료다원주의를 논하고 있다. 대중 영역(popular sector), 전문 영역(professional sector), 민간 영역(folk sector)이 그 세 부분이다. 대중 영역은 질병이 처음으로 정의되는 비전문가 일반인의 영역이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층위(개인, 가족, 사회 네트워크, 커뮤니티 층위 등)의 믿음과 활동이 중층적으로 연결된다. 전문가 영역은, 국가와 같은 권위 있는 체계로부터 인정을 받은 의료전문가의 영역이다. 이 영역 안에서도 복수의 영역이 (한국의 경우 서양의학과 한의학과 같은) 존재한다. 민간영역은, 권위적 체계로부터 인정을 받지는 않지만 전문적 지식과 실천을 통해 치유하는 영역이다[3]. 클라인만의 이들 ‘의료체계의 내부 구조’에 대한 분석은 가시적인 전문가 영역뿐만 아니라, 비전문가 영역까지 포괄하는 논의를 통해 의료다원주의 개념을 구체화하고 심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즉, 횡적인 의료다원주의의 다양성(예를 들면, 대만의 생의학, 중국의학의 공존)뿐만 아니라, 종적인(면허를 가진 전문가에 의한 영역, 민간 전문가의 영역, 개인적·대중적 영역의) 다양성을 드러내며, 중층적인 의료다원주의 현상에 대한 연구를 촉구하고 있다.
의료다원주의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이후, 복수의 의료체계라는 상황 속에서 환자들은 어떻게 돌봄을 구하는가에 대한 연구가 다수 진행되었다. 그리하여 각 지역의 의료다원주의의 상황과 그 상황에서 사회구성원들의 돌봄 구하기 실천(care seeking practice)의 방식에 대한 논의들이 제시되었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의 침 치료(Banes, 2005), 멕시코의 동종요법(Whiteford, 1999), 일본의 동아시아의학(Lock, 1980)과 복수 의료 체계 배경에서 사회구성원들의 의료관련행위를 통해 그 행위들에 내재한 “돌봄 구하기 과정을 가이드하고 치료적 접근을 평가하는 일반적 가이드”(Kleinman, 1980: 71)를 연구했다. 의료다원주의에 관한 이러한 연구들은 단지 인류학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의료 관련 행위와 관련된 다양한 학제(국제보건, 역학, 공중보건)에서 다루는 연구주제로 확장되는 현상을 보인다.
의료다원주의 개념은 의료인류학 초기의 개념이다. 그리고 의료인류학이 라는 학제 성립의 역사와 관련이 있다. 인류학에서 각 문화의 의료와 몸과 질병의 관점에 대한 연구는, 그 학문의 시작에서부터 지속적으로 다루어져왔다. 모든 문화가 예외 없이 가지고 있는 의료 체계와 그 의료들의 다양성은 인류학자들의 주요 관심사 중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세부 학제로서 의료인류학의 탄생은, 2차 대전 이후 국제보건의 전 지구적 관심과 연결되어 있다. 비서구 지역에서 보건 관련 활동을 하던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각 지역의 문화가 소유하고 있는 건강과 질병의 관점들이 국제보건 사업을 위한 중요한 주제임을 인지하게 되었다. 이것은 각 지역과 문화의 전통의학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국제기구들은 특히, 국제보건 활동과 각 지역의 의료를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4]. 문화와 연결된 의료와 의료행위에 대한 이해가 요구되었고, 여기에 많은 인류학자들이 참여했다(Joralemon, 2010). 또한, 60-70년대부터 서구에서 시작된 생의학에 대한 비판적 시각 또한 비생의학에 대한 관심을 고양하였다[5]. 이러한 당시의 방향성은 초기의 많은 의료인류학자들을 비생의학 연구로 이끌었다. 이것은 의료인류학의 영향력 있는 학자들이 각 지역의 전통의학 전문가라는 것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찰스 레슬리, 아서 클라인만 뿐만 아니라, 알랜 영(Allan Young), 바이런 굿(Byron Good), 마가렛 락(Margaret Lock), 주디스 파쿼(Judith Farquhar) 등 내로라하는 의료인류학자들은 인도, 대만, 중동, 일본, 중국 등에서 전통의학을 연구하였다[6].
의료다원주의에 대한 비판은 그 개념을 단련하는데 기여하였다. 의료다원주의는 고전적인 ‘문화’ 개념과 연결되어 있는 개념이다. 의료다원주의에 대한 비판도 그 문화 개념에 대한 비판과 연결된다. 인류학에서 인용하던 고전적 문화 개념은, 문화가 집단이 공유하고 삶의 지침으로 삼는 실천의 가이드 역할을 한다는 관점을 견지하였다(앞에서 인용한 클라인만의 의료다원주의 관련 언급에서도 “가이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초기에 의료다원주의를 통해 특정 사회의 돌봄 구하기 방식이 의료다원주의의 주된 연구방향이었던 것도 인류학에서 의지하던 당시의 이러한 문화 개념과 연결된다. 의료 돌봄을 구하는 문법을 연구하는 것은, 그 문화의 문법 자체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문화 개념에는 부재한 것들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권력과 역사의 관점이 부재하였다. 인류학은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권력과 역사의 관점을 포함된 문화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였고, 인류학의 가장 기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문화에 대한 비판과 재검토, 새로운 정의에 대한 논의가 봇물을 이루었다. 이러한 분위기가 의료다원주의에 대한 비판에 가세했다. 복수의 의료체계 사이 권력관계에 대한 논의를 통해 그것이 부재했던 의료다원주의 연구에 대한 비평들이 진행됐다(Lock, 1990; Janes, 1999). 그리고 생의학의 헤게모니와 ‘과학성’을 비판 없이 받아들이는 의료다원주의가 비판을 받았다. 이것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생의학에 대한 인류학적 비평과도 연결되면서 의료다원주의 개념에 대한 비판이 가시적으로 대두됐다. 생의학이 역사적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식민의학의 관점에서 바라본 인류학 연구들은 의료다원주의의 기존 논리를 흔드는 데 또한 역할을 했다(Comaroff, 1985).
의료다원주의에 대한 비판은 경계가 분명한 결속된 체계라는 과거 인류학의 문화에 대한 관점과도 연결된다. 의료다원주의는 의료시스템과 짝을 이루는 용어였다(레슬리는 그가 편저한 책 제목에 “시스템”이라는 용어를 내세우고 있다). 시스템이라는, 경계가 확실한 지식과 실천의 체계를 상정하고 그 시스템들이 복수로 존재함을 상정한다. 사회 구성원들의 의료 돌봄 구하기 또한 경계가 확실한 실천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실제 돌봄 구하기 실천에서는 경계 넘어서기가 어렵지 않게 관찰된다.
의료다원주의 개념에 대한 비판들을 인지하고 있는 최근 연구들은 그 동안의 비판 지점들을 극복하면서, 또한 역사적 사회적 변화 속에서 의료다원주의 개념을 새롭게 인용하면서, 의미 있는 논의들을 전개하고 있다.
보완대체의학의 전 지구적 대두는 의료다원주의를 인용하고 벼리는 기회가 되고 있다. 생의학이 아닌 의학들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복수의 의료상황에 대한 연구들이 진행되었다. 이것은 세계화의 맥락과도 중첩된다(Zhan, 2009). 냉전 체계가 무너지고 사람, 자본, 상품이 전 지구적으로 이동, 교류하면서, 아시아 전통의학 대학이 미국에 설립되고(Pritzker, 2014), 쿠바에서 침치료가 의료서비스의 하나로 부각되고(Beinfield, 2001), 아프리카에서 중의학 제재 약국이 등장하는 상황과 연결된다(Hsu, 2002).
냉전 종식과 동구권의 붕괴 후 나타나는 양상은 의료다원주의를 정치 사회변화를 읽을 수 있는 개념으로 사용가능하게 하고 있다. 사회주의 정권붕괴와 함께 의료체계가 흔들리면서, 복수의 의료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연구들은 드러내 보이고 있다(Penkala-Gawecka, 2002). 경제적 조건과 연결된 의료다원주의 연구들도 선보이고 있다. 생의학이 전 세계적 헤게모니를 쥐고 있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생의학이 모든 인류에게 접근가능하지는 않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은, 혹은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계층이나 이민자들은 비생의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Kiesser et al, 2006). 이와 같이 의료다원주의 관련 연구는 기존의 문화 개념을 탈퇴함과 동시에 정치, 경제, 세계화의 다양한 조건들을 고려하며, 흥미로운 연구들을 제시하고 있다.
복수의 의료의 존재방식은, 의학의 내용에 있어서도 ‘시스템’ 사이 분명한 경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혼종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 의료체계 내에서도 복수의 의료가 섞이는 방식에 대한 연구들이 대두되고 있다(Zhang, 2007). 최근 국내에서 출간된 『하이브리드 한의학』(2019)도 비록 의료다원주의라는 용어는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여기에 포함되는 연구라고 할 수 있다. 양한방 협진병원을 현지조사 하여 한의학 내부의 경계 넘기를 논의한 박인효(2018)의 연구 또한, 보다 다양해진 의료다원주의 연구의 예에 포함된다[7].
다양한 의료시스템이 공존할 때, 시스템 간에 이론 및 실천적 접점이 별로 없더라도 의료를 이용하는 환자들을 매개로 이들은 연결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이라고 여겨졌던 개념들, 즉 건강, 몸 또는 치유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새로운 ‘하이브리드’가 생겨나기도 한다. 이처럼 의료 시스템을 닫힌 체계로 보기 보다는 그 안의 여러 행위자들과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에 주목하여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인 장으로 보는 의료인류학의 관점에서는 기존의 의료다원주의 개념을 재발명함으로써 현장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Langwick, 2008; Hampshire, 2013). 암이나 출산과 같이, 중층적 조건 위의 상황들 속에서 다양한 의료가 개입하는 모습 또한 의료다원주의를 통해 탐구되었다(Capelli, 2011; Hansen et al, 2020). 이들 연구에서 암환자나 산모는 각각 투병과 임신 및 출산의 전체 과정 속에서 다양한 의료 서비스와 전문가들 간의 관점을 탐색하고 선택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에 있다. 그 안에서 그들이 의료 지식간의 충돌, 전문가들 간의 의견 차이 속에서 자신의 욕구와 필요를 끊임없이 자문하도록 요구받는 상황은 현대 사회의 의료 실천을 예시한다.
의료다원주의는 의료사와의 접점이 가시적인 개념이다. 복수의 의료가 병존하지 않는 시대가 없는 만큼, 다양한 역사적 접근이 가능하다. 이에 주목하여 외국의 의료사 연구자들은 ‘의료다원주의’ 개념을 직접적으로 인용하며 각 시대, 각 지역의 복수 의료의 존재 방식을 논하고 있다(Cueto and Palmer, 2014; Terrada, 2009). 특히, 비서구의 근현대 의료사는 의료다원주의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생의학의 전 세계적 전파를 통해 서구 기원의 생의학과 비서구의 전통의학이 병존하는 상황이 근대 이후의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에서 예외 없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사회의 분리 이원화된 의료체계는 의료다원주의에 대한 의료인류학적, 의료사적 연구를 위한 특히 고무적인 장을 제공한다. 오전에는 병원을, 오후에는 한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의료돌봄 구하기 실천 방식은 인류학의 과제이면서 또한 역사적인 현상이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의 이원화 의료체계는, 한국 사회에서 근대적 의료체계가 자리 잡는 의료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제 강점기 초기 의사와 의생의 분리 면허 체계에서부터(신동원, 2002), 일제 강점기 근대의료체계하의 한의학과 생의학의 병존의 역사적 현상과 연결된다(박윤재, 2007; 신동원, 2013; 연세대학교의학사연구소, 2008). 또한, 해방 후 의료법의 제정과 의료들 사이의(예를 들면, 생의학과 한의학) 논쟁들도 의료다원주의 개념과 연결되어 있다(박윤재, 2011; Cho, 2000). 제도사와 관련된 상당수의 근현대 의료사 연구가 의료다원주의와 관련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의료다원주의는 의료 ‘시스템’이라는 단일하게 결속된 지식과 실천의 체계라는 관념을 벗어던지면서 다양한 논의가 제시되고 있다. 즉, 한 의료체계 내에서도 관찰되는 혼종의 현상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제시되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의료사 연구와 접점을 이루는 방향성이다(유연실, 2020). 한의학의 과학화에 대한 논문들은 이러한 혼종에 대한 대표적인 의료사 연구라고 할 수 있다(박윤재, 2011; 2014). 한 개인의 진료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도 이러한 의료다원주의 논의는 가능하다(박지현, 2016; 오재근, 2019). 또한 서양의학의 동아시아 유입과 함께, 의료기관의 공간이 변화하는 양상에 주목하는 혼종성 연구도 발표되었다(신규환, 2018). 이러한 혼종성에 대한 논의들은 서양의학의 이식과 저항, 혹은 근대와 전통의 이분법적 틀을 해체하는데 기여해 왔다. 혼종성과 관련된 의료다원주의 논의에는 의료인류학과 의료사 사이 공유된 방향성과 함께 차별점도 일부 관찰된다. 인류학 연구에서 권력의 관점이 보다 부각되는 부분이 그것이다(Janes, 1999; Langwick, 2011; Lock, 1990; Scheid, 2002). 앞으로 두 학제 간의 대화를 통해, 혼종성을 조건 짓는 서구의학과 비서구의학의 권력관계에 주목하는 의료사 연구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의료다원주의 논의는 한국의 근현대 의료사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근대적 의료체계화 이전에도, 복수의 의료체계가 병존하는 경우는 흔하게 관찰된다. 한의학과 불교의학의 병존 속에서 환자의 의료돌봄 구하기 실천에 관한 연구(김영미, 2007), 무속과 한의학 사이에서 치병을 구하는 연구(이현숙, 2007) 모두 의료다원주의 개념과 관련되는 근대 이전의 의료사 연구들이다. 이와 같이 다양한 근현대, 전근대의 의료사 연구를 의료다원주의 개념으로 연결하는 것은 적지 않은 함의를 가진다. 박윤재의 지적처럼, 하나의 연구가 분산되고 독립적으로 존재하기 보다는 다른 연구와의 연결점이 개념의 다리를 통해 구축될 수 있다. 이러한 연결점들은 시대와 시대 사이 비교 연구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불교와 한의학이 하나의 의료체계 안에서 혼종하는 상황을 과학과 한의학이 혼종하는 상황과 비교해서 고찰 하는 것은 흥미로운 논의의 지점을 도출할 수 있다. 연구 대상의 시대 사이 거리도 멀고, 내용도 차이가 있는 것 같지만, 이러한 연구는 어떤 시대의 (불교와 과학과 같은) 주도적 관점이 어떻게 의료에 영향을 미치고, 내용에까지 개입하는가에 관한 흥미로운 논의의 장을 마련해 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연결점은 단지 한반도에서 전근대와 근현대를 가로지르는 연결점을 넘어, 다양한 시공간 사이의 연결성도 고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한의학내에서 과학과의 하이브리드와 일본의 캄포의학 내에서의 과학과의 하이브리드(Lock, 1990)에 대한 비교 논의를, 개념의 연결성은 가능하게 할 것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의료인류학에서 의료다원주의 연구의 시작은 비의료인의 돌봄 구하기 실천에 대한 관심이었으며, 지금까지도 환자, 혹은 의료소비자의 관점을 중시하는 논의로 남아 있다. 이러한 의료다원주의의 기본적인 전제는 환자 관점의 논의를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의료사 연구에서 환자와 소비자 관점에 대한 연구가 요구되는 상황에서(박윤재, 2020), 의료다원주의 개념은 그러한 방향성에 기여할 여지를 가지고 있다. 환자의 관점에 대한 관심은 기존의 사료를 넘어 구술사에 대한 관심으로 연결될 수 있으며(신규환, 2013), 이것은 또한 의료인류학의 현지조사와 인터뷰 방법론과의 접점으로 연결될 수 있다. 이러한 접점들을 연결하여 의료사와 의료인류학 사이의 융합연구 또한 기대할 수 있다.

2) 사회적 고통

사회적 고통(Social Suffering)은 경제적, 정치적, 조직적 사회 구조 차원의 요인으로 야기되는 고통을 지칭하는 개념으로, 개인적 차원에서는 신체적 아픔, 트라우마, 스트레스로 경험되지만 그 배후에는 특정한 사회 집단의 사람들에게만 그런 일들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 구조가 있음을 강조한다(Kleinman, Das, and Lock, 1997:9). 따라서 이러한 사회적 차원의 폭력을 지칭하는 개념인 구조적 폭력(structural violence)은 사회적 고통과 떨어질 수 없다(Singer and Erickson, 2011:1). 사회적 고통 개념은 고통에 대한 심리학적, 의학적 접근이 포착하기 어려운 고통에 기여하는 여러 상황들을 한데 모아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주며, 구조적 폭력은 결핵과 같이 이미 정복했다고 여겨지는 질병이 왜 특정한 지역에서는 여전히 많은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가는지와 같은 국제 보건 문제들을 설명하는데 빠질 수 없는 개념이다.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인 폴 파머(Paul Farmer)는 구조적 폭력과 사회적 고통 개념을 중심으로 지구상에서 가장 빈곤한 국가인 아이티에서 감염병의 확산과 AIDS와 결핵으로 인한 높은 사망자 수의 배후에 있는 국제정치적 상황과 아이티인들이 처해 있는 위험한 상황을 분석했다(Farmer, 1992; 1997b; 1999; 2003; 2010).
사회적 고통 개념은 국제 사회 간 불평등 외에도 사회 구조적 요인 때문에 자원의 분배가 평등하게 일어나지 않거나 타자화 및 주변화 되는 집단이 존재하는 사회라면 어디에나 적용가능하다. 빈곤층, 여성, 어린이, 노약자, 난민 등 사회적 구조로 인하여 약자로 분류되는 이들에 대한 사회적 고통 개념을 통한 접근은 그들의 고통을 총체적으로 이해토록 해준다.고통은 누구나 경험하지만, 많은 경우에 예방 가능한 위해 요소들에 특정 계층은 무방비하게 노출되어 있다는 점은, 눈에 보이지 않으나 그 때문에 더 큰 위력을 지니는, 고통을 재생산하는 구조적 폭력의 존재를 암시한다.
인간이 경험하는 고통에 사회적인 차원이 있다는 논의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질병의 문제를 개인의 건강 문제로 접근하는데 그치기보다는 사회적 차원과 연결 지어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주장도 그런 인식을 반영한다(Stacey and Homans, 1978). 병 자체는 사회적이지 않아도 병으로 인한 고통의 경험과 회복, 병에의 노출은 모두 사회적인 구조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우리는 인간 간에 개인적으로, 집단적으로 야기하는 고통에 관하여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Stacey et al, 1970). 사회적 고통의 원인이 되는 구조적 폭력이 처음 언급된 것은 갈텅(Galtung)의 평화에 관한 글에서였다. 그는 평화에 대한 정의를 내리면서 그것이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개인적 차원에서부터 집단적 차원에까지-의 부재뿐만이 아니라 빈곤, 주변화, 그리고 착취 등으로 인한 간접적인 구조적 폭력이 부재한 상태라고 했다(Galtung, 1969). 그는 구조적 폭력을 “자원의 분배에 대한 결정권”의 불평등으로 구체화했으며, 그것이 가져오는 “불평등한 생의 기회”가 물리적 폭력보다 더 많은 죽음과 고통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Galtung, 1969:171). 이러한 구조적 폭력에 대한 인식은 사회 정의에 대한 논의를 촉발했으며, 빈곤의 폭력, 인종차별의 폭력, 젠더 차별의 폭력, 신자유주의에 의한 폭력 등에 관한 여러 연구들이 제시되었다(Lee, 1996; Geiger, 1997; Brown, 1989; Morgan and Björkert, 2006:442, Kim et al, 2002).
앞서 언급했듯이, 구조적 폭력이 질병에 끼치는 영향에 대한 폴 파머의 연구들은 인류학 내외에서 사회적 고통과 구조적 폭력에 관한 담론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는 구조적 폭력에 관한 연구가 현장에서의 실천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며, AIDS와 결핵이 구조적 폭력을 연구하기에 최적의 연구실임을 말했다(Farmer, 1997; 2004; Farmer et al, 2006). 두 질병의 공통점은 빈곤층이 가장 취약하다는 점이며, 이러한 극빈함은 젠더 불평등, 인종 차별, 그리고 생존에 필요한 필수 자원에 대한 접근성과 긴밀한 관련성을 지니므로 이 부분들을 간과한다면 질병의 예방과 치료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 때문에 이 두 질병을 비롯한, 극빈층이 특히 취약한 질병들의 원인은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아니라 ‘방치’라는 것이다(Rylko-Bauer and Farmer, 2017:6). 따라서 사회적 고통은 대물림되기 쉬우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 건강이나 웰빙 차원의 접근을 넘어서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논의가 필연적이다.
사회적 고통과 구조적 폭력에 관한 관심은 국제보건 이슈 외에도 다양한 인류의 고통에 주의를 기울인다. 예컨대 강간의 경우에는 빈곤과 젠더 불평등,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사회문화적 의미 등의 사회적 구조가 그 배후에 있으며, 맥락에 따라서 작용하는 폭력은 더욱 다양해진다(Stark and Wessells, 2012; Mukherjee, 2017; Olujic, 1998). 강력한 폭력인 전쟁이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 끼치는 영향력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는 전쟁으로 인한 인프라의 파괴뿐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지역의 지지 체계, 환경, 생업 등과 같이 삶의 다양한 측면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보여주었다(Leatherman and Thomas, 2009; Rylko-Bauer, Whiteford, and Farmer, 2009). 여기에서 삶의 파괴는 전쟁의 폭력에 의해 직접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전쟁 이전부터 존재하던 구조적 폭력에 의해 매개되거나 증폭되며, 전후에도 그 영향력을 지속시킨다는 점이 드러났다(Fassin, 2009; Miller and Rasmussen, 2010; Quesada, 2009).
그간 사회적 고통과 구조적 폭력 개념은 사회과학과 보건학 분야에서 핵심개념으로 사용되어 왔다. 이 개념들이 포괄할 수 있는 사회적 힘의 다양성 덕분에 여러 가지 맥락에 적용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며, 앞서 언급했듯이 사회적 고통 개념 하에 그 고통에 관여하는 다양한 요인들에 총체적으로 접근 가능하고 그들 간의 상호 작용까지 살펴볼 수 있기에 전체적인 그림을 읽어내는데 유리하다. 하지만 이 개념들의 포괄성에 대한 비판적인 관점도 있다. 즉, 구조적 폭력의 거시적인 관점을 보다 미시적으로 구체화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인데, 구조적 폭력으로 지칭되는 빈곤, 배제, 차별에 의해 고통 받는 이들이 그러한 폭력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그들의 감정이나 시각을 통해 맥락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Biehl and Moran-Thomas, 2009; Bourgois and Scheper-Hughes, 2004). 그렇게 하지 않았을 때 지적 영역에서 투쟁을 벌이는 학자들에게 구조적 폭력 개념은 추상적으로 머무를 수 있다는 것이 이러한 비판의 핵심이다. 또 다른 비판으로는 구조적 폭력에 역사적 맥락이 중요한 만큼, 그것이 현재 가하고 있는 사회적 고통을 이야기할 때 현재 시점에서의 폭력뿐만이 아닌 그것이 현재에 이르게 된 역사적 맥락에 지금보다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Fassin, 2004).
한편, 구조적 폭력이라는 서구 중심적인 개념이 타문화에 적용되었을 때, 그것이 애초의 의도대로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드러내어 고통을 감소시키기보다는 해당 문화권의 사람들에게 ‘희생자’ 프레임을 씌워 그들의 행위주체성을 축소시킨다는 비판도 있다(박영수, 2017). 또한 구조적 폭력에 노출되어 있으나 즉각적인 개입이 필요한 경우, 사회 구조의 개선을 통해 고통을 경감하려는 시도는 공허할 수 있다. 고통에 대한 사회적인 접근은 자칫 개인에게 고통의 책임을 돌리고 재생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폭력을 적극적으로 인식한다는 면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나, 고통을 겪는 당사자들의 삶의 개선에 실제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경험을 중심에 두지 않으면 분석을 위한 이론으로 그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에 힘입어 사회적 고통에 대한 연구는 점차 특정한 사회 속 개인의 경험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거시적 맥락 위에 둠으로써 당사자의 고통을 구체화하고 폭력을 가하는 구조를 개인의 삶과 연결 짓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 한국 사회에서 사회적 고통 개념을 통한 인류학적 접근은 고통당사자들의 경험을 드러내고 그 경험이 처해있는 사회정치적 상황을 그려내는 데 일조했다(김관욱, 2018; 백영경, 2013; 이현정, 2016; 장수현, 2001). 이 연구들에서는 저마다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 있는 이들-콜센터 여성 노동자, 낙태 여성, 세월호 피해자, 중국 내 북한 난민-의 고통에 어떻게 사회 구조가 관여했는지, 사회적으로 보장받지 못한 권리는 무엇이었는지 등을 당사자들의 경험을 통해 드러냈다. 이러한 연구들은 개개인의 고통으로 접근했을 때 간과할 수 있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폭력을 드러냄으로써 당사자들의 고통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며, 그와 같은 고통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사회적 차원에서의 의식 및 제도적 개선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이에 더해 당사자들의 경험을 담은 연구는 구조적 폭력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을 세밀하게 살핌으로써 그들이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주어진 상황에서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저항하기도 하는 자율적인 주체임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로써 여러 사회적 고통은 과거로부터 축적된 구조와 현재 시점에서 역동하는 주체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이론적으로만 재단할 수 없는 생생한 현장이 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적 고통 개념의 연구는 개념의 광범위함과 고통의 경험이 개개 당사자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는 특성 때문에 학문적 틀안에서만 다룰 수 없는 ‘모호함’에 힘입어, 특정한 저작이나 학문적 성과로서 그 개념의 변화과정을 읽어내기에 한계가 있다. 다만 사회적 고통 개념이 적용된 연구를 통해 그 시선을 따라갈 뿐인데, 초반에는 사회적 고통 개념을 통해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여겨졌던 고통 이면에 거대한 사회구조가 있음을 알아차리고 그 구조를 밝히는 데에 연구의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면, 점차 그러한 구조의 폭력에 노출된 개인, 집단의 상황과 당사자들의 직접적인 경험이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었다. 즉, 사회적 개념에 대한 연구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점차 줌-인하여 미시적인 측면에 관심을 기울이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으며, 이를 다시 거시적 관점에서 읽어낸 맥락 위에서 해석함으로써 보다 실질적인 지식을 생산하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젠더와 폭력의 상관성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많은 이들이 젠더를 이유로 불평등과 폭력에 노출되어 있음을 드러내며, 그 원인은 각 사회의 구조 자체로부터 나온다고 보았다(Das, 2008; 백영경, 2013; 유현미, 2016; Kwiatkowski, 2019). 특히 백영경(2013)의 연구에서는 한국에서 낙태 경험을 가진 여성들 및 낙태와 관련되어 있는 전문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당사자들이 처한 사회 구조의 폭력을 드러내고 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여성의 경험을 중시해야 함을 강조했다. 이러한 당사자의 경험에 대한 조사는 인류학적 접근의 강점으로, 추상적인 영역에 머무를 수 있는 고통의 이해에 구체성과 생동감을 부여하여 고통의 완화를 위한 개선의 밑거름이 된다.
한편 구조적 폭력에 의한 사회적 고통은 개인의 몸에서 경험될뿐더러 대물림되기도 하고, 겉으로 봐서는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고통의 경험이 동일한 구조로부터 나왔음이 연구를 통해 밝혀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고통에 의한 접근은 역사적으로 주요한 사건들의 실상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사건들의 이면에 자리 잡고 있는 왜곡된 구조를 지속적으로 노출시킴으로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 이어지는 사회 구조의 역사적 맥락 또한 짚을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런 점에서 한국 사회에 관한 연구들은 주목할 만하다. 식민지 조선에서 일본으로 이주 한 나가사키 피폭 피해자에 관한 연구(박성실, 2016; 이은정, 2019), 과거 한국의 1960~80년대 정권의 부랑인 정책에 의해 수용되었던 이들에 관한 연구(유해정, 2018), 새만금간척 사업으로 인한 지역주민들의 고통에 관한 연구(함한희, 2002), 그리고 세월호 참사 속 다양한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을 다각도에서 분석하여 총체적으로 파악하고자 한 연구(이현정, 2016)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역사로 기록된 사건들의 이면에 있는 세세한 결들을 보여줌으로써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타자화 현상’을 드러냄과 동시에 개개인이 살아낸 역사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고통을 통한 사회의 역사적 고찰은 의료사적인 연구와 중첩된다. 비록 ‘사회적 고통’이라는 개념을 앞세우고 있지 않더라도 개인에게 고통으로 경험되는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의료사적 접근은 해당 사건에 관여하는 여러 힘들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그러한 힘들이 특정 집단에 작용하게 되는 맥락을 보여줌으로써 폭력을 보다 큰 틀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인류학적 연구의 예시로 언급했던 낙태에 관한 의료사적 연구로는 이영아(2013)의 연구를 들 수가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1920-30년대의 낙태 담론을 살펴봄으로써 식민지 조선의 낙태에 관한 인식을 드러냈다. 즉 당대 낙태 당사자들의 이야기가 아닌 낙태를 둘러싼 사회적 인식을 역사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데 방점을 두었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현재 많은 여성들에게 고통을 안겨주는 낙태에 관한 사회적 인식과 구조를 역사적 맥락에서 재조명 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사회적 고통의 경험은 다름 아닌 역사적 증언이며, 개인의 영역에서 다루어지기 쉬운 고통을 사회적 맥락 안에서 다루는 일은 고통에 역사성을 부여함으로써 그것의 실체를 파악하는 일이다. 앞서 언급한 한국사회의 사회적 고통 생존자들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들에서도 볼 수 있듯이 고찰의 대상이 된 사건이나 사회 구조는 다름 아닌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주요 사건들이며, 그 이면에는 오랜 시간 동안 고착화 된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부조리가 내재되어 있다는 사실이 역사로부터 분리된 인류학적 연구는 이루어질 수 없음을 시사한다. 의료인류학에서 ‘사회적 고통’을 중요한 연구주제로 끌어올리는데 기여한 편저서 『사회적 고통(Social Suffering)』에서도 의료인류학자들은 사회적 고통을 역사적 자료를 인용하여 논의하고 있으며, 역사학자들 또한 저자로 참여하여 사회적 고통의 역사적 맥락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고통의 경험은 개인적이지만 그것의 뿌리는 오랜 시간 동안 만들어진 사회의 구조에 있기 때문에 역사적 맥락에서 다루어야만 사회의 구조가 어떻게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고통으로 귀결되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인류학적 관점 또한 역사적 고찰을 풍부하게 해준다. 주로 사료 위주로 분석되는 역사적 연구에 인류학적 현지조사는 구체적인 경험을 제시함으로써 생동감을 부여하고 보다 깊이 있는 분석을 가능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일례로 미국 보건당국과 당시의 인종주의가 결합된 결과로 나타난 의료적 비극으로 평가되는 터스키기 임상 실험에 대한 인류학적인 접근은 실험 대상이 되었던 당사자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세밀하게 드러내어 그러한 실험이 일어날 수 있었던 역사적 맥락에 더해 거시적 관점에서 파악하기 어려운 개개인의 윤리, 행위성을 포착할 수 있도록 해준다(박진빈, 2017; Jones, 1993).
한국의 한센병에 관한 의료사 연구 또한 사회적 고통 및 구조적 폭력의 주제와 연결된다(김미정, 2012; 서기재, 2017; 김재형, 2019). 한센병은 질병의 고통에 더해 그것에 대한 낙인이 당사자와 주변인에게 큰 고통으로 경험되며 이 낙인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관여한다. 낙인을 통해 한센병 환자들을 통제하려는 국가의 의지가 여기에 해당한다(김재형, 2019). 이처럼 한센병과 같은 감염병에는 해당 사회의 질병관이나 문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인류학적 접근은 행위자들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러한 구조가 실제로 작용하는 상황을 포착하는 데에 유용하며 이러한 필요성을 인지한 연구가 엿보이기도 한다(Kleinman and Ryan, 2010).
산아제한 또한 의료사적 연구와 인류학적 연구 간의 협동이 유효한 주제이다. 낙태와도 연결되어 있는 산아제한에 대한 의료사적 연구에서는 신문과 같은 사료를 중심으로 당대의 담론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당시 여성들의 실천을 읽어내고자 했다(유연실, 2011). 이를 통해 우리는 개인적인 경험으로 치부될 수 있는 피임이나 낙태가 사실은 사회적 인식, 제약업계, 지식 담론, 국가의 통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바탕 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즉, 개인적 선택의 문제로 여겨질 수도 있는 사건의 이면에 있는 다양한 힘의 경합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접근은 오늘날 재생산권을 둘러싼 여성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많은 시사점을 던지며, 인류학적 현지조사를 통해 당사자들의 증언을 드러냄으로써 구조적 폭력의 작용을 생생하게 보여줄 수 있다(백영경, 2013).
한센병과 산아제한의 예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통의 사회적 측면에 주목했을 때 우리는 그러한 개인의 고통에 이르게 된 국가 권력, 역사적 맥락, 문화적 믿음 등과 같은 다양한 힘을 읽어내고, 이를 통해 그 고통의 실체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역사적 관점이 전제되므로, 의료사적 관점과 인류학적 관점으로 대표되는 종횡의 고찰이 충분히 이루어졌을 때 연구 대상이 되는 현상 이면의 힘의 작용에 대한 보다 넓고 깊이 있는 고찰이 가능해진다.

3) 생명정치

생명정치(Biopolitics)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생명과 정치를 바로 연결하는 개념이다. 니콜라스 로즈(Nicolas Rose)가 그의 책 제목으로 사용하고 있듯이, 생명정치는 말 그대로 “생명 자체에 대한 정치(Politics on Life Itself)” 이다[8]. 제도, 법률, 사회조직 등 기존에 정치와 연결된 것들을 넘어서 생명과 정치가 직접 연결되어 있음을 말하면서, 이 개념은 지금 시대의 삶과 삶에 미치는 힘들을 조망할 수 있는 효능 있는 창을 제공한다.
주지하다시피 생명정치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로부터 깊이 영향을 받은 개념이다. 그는 『안전, 영토, 인구』의 도입부에서, 생명정치를 “인간이라는 종의 근본적으로 생물학적인 요소를 정치, 정치적 전략, 그리고 권력의 일반 전략 내부로 끌어들이는 메커니즘의 총체”라고 정의하고 있다[9]. 푸코는 생명정치와 함께 생명권력(biopower), 해부정치(anatomo-politics), 통치성(governmentality) 등의 개념들을 통해 이 ‘메커니즘의 총체’를 논하고 있다. 다소 혼재된 느낌을 주기까지 하는 이들 개념들은 하지만, 생명정치의 ‘총체’를 구성하는 내용들을 드러내려는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다. 생명정치의 총체를 이해하기 위해 이들 개념들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 보면, 먼저 생명권력은 생명에 대한, 혹은 생명 위의 권력이다. 생명권력은 두 축의 정치를 통해 권력을 행사한다. 그 축들이 해부정치(anatomo-politics)와 생명정치(biopolitics)이다. 이들 근대 정치의 양태를 푸코는 ‘통치’라고 언급하고 있다. 통치(governing)는 근대 이전 주권 권력의 지배(ruling)로부터 차별화되는 개념이다. 죽음의 정치인 지배에 반해 통치는 ‘생명’에 투자한다. 최적화하고, 관리한다. ‘투자’의 방식은 해부정치와 생명정치라고 명명한 생명권력의 두 축에서 잘 드러난다. 해부정치(anatomo-politics)는 개인의 몸을 훈육하는 기제를 말한다. 잘 알려진 것과 같이 여기서 훈육은 강제적이지 않다. 판옵티콘(panopticon)을 통해 푸코가 논한 바와 같이(푸코, 2016), 이 훈육은 권력의 시선을 내면화하여 스스로 하게 하는 훈육이다. 생명정치는, 개별 몸보다는 그 몸들의 집합인 인구에 조절과 통제의 형식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이다. 푸코가 강조하고 있듯이 생명정치와 해부정치는 별개의 정치가 아니며, 깊은 연관을 가진다. 내면화된 훈육을 통한 개인들의 생각과 실천이, 그 집합의(즉 인구의) 양상을 조절하고 최적화하는 형태로 해부정치와 생명정치는 연결되어 작동한다.
푸코가 이 개념들을 제안하는 방식은 인상적인데, 그는 거리가 있을 것 같은 생명과 정치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주장하기 보다는, 생명과 정치가 연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우리가 기거하는 근(현)대라는 시대임을 역사적 논의를 통해 보임으로써 이들 개념을 제안하고 있다. 생명정치의 탄생은 근대유럽의 중상주의, 자본주의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중상주의와 함께 인구 개념이 탄생하고 인구를 안전하게 관리하려는 안전테크놀로지들이 등장한다(푸코, 2011). 이는 식량난이나 감염병과 같이 인구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하고 영토 내 안전을 위협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다. 생명정치는 처음에는 생명권력의 하나의 축으로 제시되었지만, 때론 생명권력과 혼용되기도 하고, 또한 해부권력과의 깊은 관계 속에서 생명권력을 대표하는 정치로 인용되면서, “생물학적인 요소를... 정치의 내부로 끌어들이는 정치의 총체적 전략”을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생명정치 개념은 의료인류학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위 푸코의 생명정치에 대한 정의에서 생물학적인 요소는 몸, 출생, 사망, 질병 등, 인간 존재의 근간이 되는 생명에 관한 내용들이다. 모두 의료와 깊은 관계를 가진다. 의료인류학에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내용들인 것이다. 더욱이 푸코는 다음과 같이 의료를 직접 지목하며, 생명정치에 있어 의료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몸은 생명정치의 실제(대상)(reality)이다. 의료는 생명정치의 전략이다”(Foucault, 2000: 137). 생명정치는 근대 이후를 특징짓는 정치 양태다. 생명정치에 의해, 인간의 가장 기본적 전제라고 할 수 있는 생물학적 요소들은 정치와 직접적 관계를 맺는다. 의료는 생명과 정치 사이에서 위치를 점하며 생명정치에 직접적으로 관여한다.
생명정치는 푸코의 또 하나의 중요한 논의인 지식-권력과 깊은 연관이 있다. 이 연결성은 생명정치 개념과 연결된 의료인류학의 연구에 또한 깊게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도 지식-권력은 몸에 관한 의료 지식이 어떻게 생성되고, 어떻게 몸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의료실천으로 자리 잡는지에 관하여 의료인류학자들을 주목하게 하였다. 기본적으로 의료인류학은 그러한 의료지식실천의 정치성에 관심을 가질 방향성을 이미 가지고 있었다. 앞에서, 의료다원주의 개념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의료인류학은 어느 학제보다도 의료내부의 논리에 많은 관심을 가진 인문사회과학의 학제라고 할 수 있다. 특정 사회가 공유하는 세계관과 사유의 방식, 또한 문화적 실천과의 깊은 연관 속에서 의료를 바라보던 의료인류학의 전통은 생명정치의 의료-지식-권력에 대한 관심을 만나 시너지를 발휘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의료 지식-권력을 통한 생명정치의 논의가 의료인류학의 중요한 주제로 부상한다.
생명정치의 대두는 단지 의료인류학뿐만 아니라, 인류학 전체에 있어, 푸코로 대표되는 포스트-(post-) 이론에 대한 환대와 관련이 있다. 포스트- 이론의 영향력은 지역에 따라 학제에 따라 그 편차가 있겠지만, 인류학은 어느학제보다도 깊이 영향을 받은 학제 중 하나일 것이다. 특히, 문화적, 사회적 비평을 내세우던 80-90년대 인류학에게(Marcus and Fischer, 1986) 푸코 저작들이 제시하는 심도 있는 근대성에 대한 비평은, 인류학자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인류학 내부에서도 특히 의료인류학은 생명정치로 대표되는 푸코의 논의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의미 있는 현장 연구들을 수행해 왔다.
한편 생명정치 개념에 대한 비판은 푸코에 대한 일반적 비판들과 맥을 같이 한다. 이 가운데 지나치게 강력한 권력의 존재에 주목하고 있어 저항의 가능성이 닫혀버린다는 비판이 대표적일 것이다. 의료인류학에서는, 특히 의료화와 관련된 논의에서 이와 유사하게 의료의 권력적 측면을 강조하며 의료와 관련된 다양한 행위자들의 행위성(agency)을 소외시키는 논의에 대한 비판이 있어왔다(Lock and Nguyen, 2018).
이러한 배경에서, 특히 2000년 이후의 의료인류학 작업에서는 보다 다양한 현지의 다양한 목소리들에 주목하면서 생명정치 개념을 인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를 들면, 생명의료지식이 만들어지는 실험실(Sunder Rajan, 2006), 임상시험 현장(Lakoff, 2005)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 의료 지식-권력이 형성되는 장면들을 포착하고 있다. 또한 그 지식이 실천되는 진료현장에 대한 현지조사를 통해(Ferzacca, 2000; Greenhalgh, 2001) 의료지식실천이 정치로서 작동하는 실제 현장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의 몸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의료담론의 작동 방식 또한 의료인류학의 빼놓을 수 없는 연구주제이다(Greenhalgh, 2012). 또한 의료 지식, 실천을 직접 접하는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 즉 약을 복용하고(Patryna et al., 2006), 진단 기계로 검사하고(Saunders, 2008; Dumit, 2012), 첨단 의과학기술을 통해 노년의 생명을 이어가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Kaufman, 2015) 생명과 의료에 정치가 연결되는 방식과 그 연결들에 균열을 내고 협상을 하는 사람들의 실천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하여, 생로병사의 생애에서 병은 말할 것도 없고, 생, 노, 사 등 전 생애에 개입하는 의료지식, 기술의 현장을 연구하여 “생물학적인 요소를 정치로 끌어들이는 메커니즘의 총체를” 드러내고 비평하는 데 의료인류학은 기여를 하고 있다(Inhorn, 2003; Rapp, 1997; Taylor, 2008; Wentzell, 2013; Lock, 2001; Kaufman, 2005).
생명정치 개념을 인용한 의료인류학 연구에서, 지식-권력과 함께 주의를 끈 것은 주체성에 대한 연구들이다. 푸코가 훈육, 판옵티콘, 자기에 대한 기술(technology of the self) 등으로 주체성과 관련된 생명정치의 작동을 논의한 내용들을 의료인류학의 연구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실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 지식-권력-실천은 어떤 주체성의 형성에 까지 영항을 미치는 정치의 체계임을 보이고 있다. 인류학에서는 생명정치 논의 이전에도, 이미 아이덴티티(identity)라는 개념을 통해 주체성 관련 논의가 진행되고 있었다. 마치 결속된 문화의 개념처럼 견고한 형태를 가진 특정 문화의 구성원들의 내면이었던 아이덴티티 논의는, 사회문화적 행위와 지식-권력에 보다 열려 있는 주체성 개념에 대한 논의로 확장 심화된다. 그러므로 주체성은 실천들과 지식-권력에 의해 형성되고 또한 변화하는 개념이다. 이 형성과 변화에 생명과 관련된 지식-실천의 영향력에 주목하는 것이 주체성과 관련된 의료인류학연구들이다. 의료를 소비하는 의료소비자로서의 주체성(Nelson, 2008), 디지털 기술을 통해 스스로 관리하고, 혹은 훈육하는, 건강과 관련 디지털 장치 사용자들의 주체성(Lupton, 2013), 의료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지역에서 의료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고투 속에서 형성되는 주체성(Das and Das, 2007) 등을 다루어 왔다. 또한 생명정치와 관련된 주체성이 질병의 증상 경험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연구들도 진행되어 왔다(Biehl and Moran-Thomas, 2009).
‘생명정치(Biopolitics)’ 개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연구로서 제약에 관한 의료인류학 연구를 빼놓을 수 없다. 전 지구적 네트워크 속에서 움직이는 제약 임상시험[traveling experiments]을 현지조사 하여 과학기술-권력-자본-윤리의 중층적 접점을 논하고 있는 연구(Patryna, 2009), 평생 먹어야 하는[Drugs for Life] 만성병 처치 제약에 얽혀있는 정치와 자본과 시장과 몸 그리고 그 사이를 관류하는 정치의 맥락에 주목하는 연구(Dumit, 2012), 또한 다국적 제약회사의 가치 만들기 및 유지 전략이 지금의 가장 영향력 있는 정치 체계의 하나임[Pharmocracy]을 논하고 있는 연구(Sunder Rajan, 2017) 등이 제약에 대한 인류학연구의 흥미로운 예시들이다. 또한, 신경정신과 제약과 관련된 상상력과 소비를 통해 구성되는 주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연구들도 제약에 관한 의료인류학 연구의 예시를 더한다(Jenkins, 2011).
현장의 생생한 장면들과 행위자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경험연구를 통해 몸, 의료와 연결된 힘들의 논의에 기여하고 있는 의료인류학의 접근법은, 최근 주목 받고 있는 의료에 관한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논의에서 의료인류학 연구들이 적극적으로 인용되는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생명정치’에 대한 의료인류학의 높은 관심은, 생명정치 개념과 연결된 새로운 개념들의 주조로 이어졌으며, 이들 개념들은 인류학을 넘어 다양한 학제에서 사용되는 확장성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에는 생명사회성(biosociality), 생명자본(biocapital), 생물학적 시민권(biological citizenship) 등이 포함된다. 생명사회성은, 생물학적인 것이 단지 사회와 문화에 대한 비유가 아니라[10], 아이덴티티, 규제, 조직 등 사회적인 것의 바탕이 되는 인간게놈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이후의 의료-사회의 풍경을 포착하기 위한 개념이다(Rabinow, 1996; Sunder Rajan, 2006; Patryna, 2002). 생명자본 개념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읽기 위해서는 생물학에 바탕한 과학기술과 자본의 착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 한다. 순더 라잔은 이 개념을 통해 마르크스와 푸코를 연결하면서, “지금 자본주의의 생명정치의 차원”(Suder Rajan, 2006:12)을 직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페트리나(2002)는, 우크라이나의 체르노빌 원폭피해에 대한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시장 경제로의 전환이 급격한 구소련의 신생국가에서 과학적 지식 그리고 원폭피해 고통이, 국가적 돌봄을 주장하는 사회적 자산의 역할을 하는 상황에 주목하며, ‘생물학적 시민권’ 개념을 제안한다. 이 개념은 단지 원폭피해와 같은 예외적 상황뿐만 아니라, 몸의 고통, 질병이 정치적 등재의 바탕이 되는 생명정치의 다양한 상황을 포착하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11]. 생명정치의 방향성처럼, 이들 개념들이 보이고 있는 것은 결국, 생명(bio-)과 사회적인 것들(즉, sociality, capital, citizenship)의 연결성이다. 이들 개념들은 의료인류학에서 어떻게 생명정치 개념을 적극적으로 접수하고, 현장연구를 통해 확장하고, 정밀화해 왔는가를 예시하고 있다.
생명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인한 갈등에 주목한 연구도 있었다. 서구적 개념인 생명정치는 비서구 문화권의 생명에 관한 인식과 충돌하기도 한다. 생명정치에서 가정하는 생명과 의료는 해부학에 기초하기에, 몸과 영혼의 분리를 전제하지 않는 존재론을 지닌 이들에게 또 다른 폭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Langford, 2009). 이외에도 생애 과정이 어떻게 통치되는가에 관한 연구도 다양하다. 특히 재생산(Marchesi, 2012; Whittaker, 2015)과 노화(김희경, 2019)에 주목했는데, 각각 삶의 시작과 끝을 의미하는 생애과정으로서 이 두 가지는 인구학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생명 주체에 주목한 연구로는 장애인(Rapp and Ginsberg, 2020)이나 여성(조주현, 2008)에 주목한 연구가 있었다. 이들의 몸은 국가의 인구학적 아젠다 달성을 위해 보다 침습적이고 폭력적인 통치에 노출되기 쉽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연구를 요하게 된다.
생명정치 개념과 이 개념의 영향을 받은 연구들은 의료인류학의 연구사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점한다. 사회적 고통의 개념 이후 사회적 정치적 몸의 맥락으로 던져진 인류학적 시선은 생명정치 개념을 통해 더욱 단련되는 결과를 낳았다. 의료다원주의를 통해 의료 내부의 내용으로 향하던 시선은 생명정치개념을 통해 의료-사회, 의료-정치의 착종을 보다 적극적으로 읽어 나가게 된다. 생명정치의 생명과 정치의 거리 없음을 주시하는 시선은, 의료와 사회문화의 거리 없음을 말하던 의료인류학의 시선을 더욱 단련시키고, 생명정치를 넘어선 구체적 개념들을 탄생하게 한다.
생명정치 개념은 특히 의료사와의 접점이 분명하다. 무엇보다도 푸코 자신이 역사에 대한 고찰을 통해 생명정치 개념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근대가 도래하는 시기에 나타난 몸에 대한 관점의 변화, 인구 개념의 탄생, 그리고 몸과 몸들의 집합으로서의 인구에 대한 개입 방식의 변화가 생명정치의 문제의식을 이룬다. 하지만 푸코가 인용한 사료들은, 근대로의 전환 시기 유럽에 관한 것이다. 동아시아에서, 한국에서 생명정치가 자리 잡는 방식은 유럽과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푸코의 생명정치 개념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그 간극에 의한 비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비유럽의 생명정치에 관해 논하기 위해서는 각 지역의 근현대 역사에 대한 고찰이 필수적이며, 특히 생명정치와 깊은 관계에 있는 근현대 의료에 대한 역사적 고찰이 중요하다.
생명정치 관련 의료사 연구 중 먼저 인구라는 주제에 관한 연구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인구’는 생명정치의 핵심 대상이다. 하지만 이 대상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출산과 사망에 대한 조사, 센서스, 질병통제, 또한 통계라는 학문을 통해 구성된 것이 인구라는 근현대 정치의 핵심 대상이다. 근대국민 국가 체계의 동아시아로의 수입과 함께, 인구라는 개념이 수입되었다고 하더라도 인구를 구성하기 위한 장치와 행위자의 배치가 동아시아에서, 또한 한반도에서 진행되어야 이 대상은 성립한다. 인구 개념을 먼저 수입한 일본이 자신의 영토와 그 식민지에서 어떻게 그 개념을 문제화하고 구성하였는지, 출생률, 사망률 통계와 인구의 급격한 변화를 방지하기 위한 의료적 개입에 어떤 행위자들이 어떻게 관련되었는지에 관한 논의가, 유럽과 다른 ‘인구’에 대한 논의를 위해 필요하다. 이미 한국의 의료사에서 이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근대의료체계의 도입과 함께 인구 문제가 대두된 한국과 동아시아의 상황을 논의하는 논문들이 여기에 속한다(신규환, 2007; 신동원·황상익, 1996). 일제강점기의 실제 ‘인구문제’가 다루어지고 사용되는 방식을 그리고 있는 논문들도 있다(박지영, 2019; Park, 2017). 하지만 여전히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앞으로 보다 많은 연구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인구’가 탄생하고 그 위에서 생명정치가 작동하는 방식을 다룬 의료사연구들은, 한국사회의 현지에 기초한 지금의 생명정치 작동방식을 논하는 의료인류학 연구들과 만나면서, 동아시아 및 한국에서의 생명정치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러한 논의들은 나아가서 ‘생명정치’ 개념 자체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정치와 연결된 주제 중, 한국 의료사 연구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된 주제가 몸의 ‘훈육’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위생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과 저서를 통해 제시 되었다(고미숙, 2014; 박윤재, 2003; 정근식, 2011). 훈육과 관련된 논의 또한, 푸코의 논의가 기초하는 유럽의 경우와 동아시아의 경우는 차이가 난다. 무엇보다도 동아시아나 한반도에서의 근대적 몸에 대한 훈육의 주제는, 위생 담론과 세균설의 수입, 그리고 식민 통치 등 중층의 조건위의 주제이다. 이러한 조건들을 반영한 의료사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다. 여기에 더해서, 위생에 대한 연구를 넘어서, 보다 포괄적인 의료 담론과 관련된 의료사 연구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의료 담론과 실천을 통한 몸에 대한 훈육도 생명정치 연구의 중요한 주제이다. 한국의 의료사에서 이에 대한 논의는 위생에 대한 논의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의료담론의 가시적 영향력, 건강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추구, 의료화를 부추기는 미디어 등 의료와 관련된 정치적 영향력이 괄목할만한 곳이 한국사회이다. 특히, 지식-권력의 측면에서 바라볼 내용들이 적지않다. 갈수록 의료-지식의 생산, 유포의 장이 되고 있는 지금 한국의 상황을 생각할 때 의료 지식-권력을 바라보는 연구에 대한 요구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들 의료 관련 현상을 읽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의료-지식-권력의 대두와 전개에 대한 의료사 연구가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 주제를 보다 심도 있게 다루기 위한 의료인류학과 의료사 사이의 융합 연구도 가능할 것이다. 외국의 사례 가운데, 대표적 만성병 개념들(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그 제약들(pharmaceuticals)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 의료사학자 그린(Greene 2007)의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Prescribing by Numbers)』와 지금의 제약 관련 정치와 실천을 논하는 의료인류학자 더밋(Dumit)의 『평생의 약(Drugs for Life)』는 상당한 접점을 가진다.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 사회에서 만성병 개념이 대두되는 역사와, 만성병 담론이 한국 사회에 유포 접수되는 과정, 그리고 지금의 만성병 관련 실천을 연결하는 연구를[12], 앞으로의 의료사와 의료인류학의 공동연구를 통해 추구해 볼 수 있다.
생명정치 개념은 단지 근대 이후의 연구 주제는 아니다. 이는 근대 이전과의 관계 속에 몸과 정치의 관계를 읽을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 푸코 스스로가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의 권력과 정치, 그리고 의료에 대한 비교 논의를 통해 생명정치 개념을 단련하고 있다. 푸코가 근대 이전의 유럽과 근대 이후의 유럽을 통해 생명정치를 읽어냈다면, 마찬가지로 동아시아에서 근대 이전의 권력과 정치에 대한 논의를 통해 동아시아의 생명정치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인구라는 개념은 없었지만, 동아시아에서도 당연히 사람과 집단을 통치하는 방식이 있었다. 이러한 동아시아의 통치 방식에서 인구와 생명정치로의 전환은 어떤 전환을 의미하는가? 거기서 의료는 어떤 역할을 하였는가? 이러한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를 넘나드는 연구를 통해, 동아시아의 근대성, 한국의 근대성에 대해, 서구 기원의 이론 및 개념에만 의지하지 않는, 심도 있는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4) 돌봄

돌봄은 취약한 인간성을 전제로 하는 치유와 관련된 일련의 지식과 실천을 포괄하는 유동적인 개념으로 의료 실천, 건강, 가족 내의 돌봄, 생명정치, 소통, 감정 등과 연관되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이다(Buch, 2015). 따라서 돌봄에 관한 연구는 인류학적 관점에서 돌봄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에서부터 돌봄의 대상이 되는 특정한 계층과 그 이면의 사회적 배경에 관한 연구, 인간의 기본 권리로서의 돌봄과 돌봄을 제공하는 권력, 돌봄으로부터의 배제, 돌봄 제공자가 되는 이들의 정치사회적 배경, 그리고 돌봄이 이루어지는 장으로서의 언어적 소통에 관한 문화적 연구까지 다양하다(김경학, 2016; 김희경, 2019; 이현정, 2018; Clemente, 2015; Denham, 2017; Desjarlais, 1992, 2003; Kleinman, 2015, 2019; Shohet, 2013; Throop, 2010). 돌봄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그것이 도덕적/윤리적 미학이 실현되는 일차적인 장이며(Goodwin & Cekaite, 2018), 돌봄이 감정, 관심, 공감과 함께 있음을 표현하는 신체 행위에서 실현된다고 했으며(Goodwin, 2015), 몰(Mol)은 돌봄이 “현실 속에서, 또는 현실과 타협하면서 살아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으려는, ‘선’이 의미하는 다양한 가치들의 복잡한 협상과정과 관련 있다”고 했다(Mol, 2008).
돌봄은 문화적으로 구성되기에 돌봄에 관한 연구는 문화적 맥락을 빠뜨리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다. 여러 인류학적 연구에 따르면 해당 문화권에서 무엇이 도덕 및 윤리를 구성하며 그것이 어떻게 표현되는가에 따라 돌봄의 기본이 되는 사회적 관계가 형성되고 그러한 패턴의 습득을 통한 사회화가 이루어진다(Shohet, 2013; Ochs & Schieffelin, 1984). 즉, 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다는 것은 해당 문화권에서 무엇이 돌봄에 해당하는 행위인지를 체화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에 따라 돌봄을 요청하기도 하고 돌봄을 실천하기도 하며 돌봄을 제공받았을 때 그것이 돌봄임을 알아차릴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돌봄은 사회적 소통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돌봄을 연구한다는 것은 다름 아닌 해당 문화권의 도덕적/윤리적 실천을 살펴본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돌봄을 제공하는 쪽의 실천뿐만이 아니라 제공받는 쪽 또한 그러한 행위를 돌봄으로 받아들여야 소통이 성립되므로 돌봄은 관계성을 전제하는 상호적인 사회적 행위로서 강조된다(Desjarlais, 1992; 2003; Kleinman, 2019).
한편 돌봄의 배제 또한 주요한 연구 주제 가운데 하나이며, 건강권이 인권으로 이야기되고 그것을 제공하는 권력주체로서 국가에 대한 논의가 증가하는 오늘날에 ‘방치’로 이야기되는 구조적 폭력과도 관련이 깊다. 인류학적으로 돌봄의 배제에 관한 논의는 주로 돌봄을 제공하는 권력집단, 많은 경우에 국가에서 돌봄의 대상을 선정하거나 배제하는 과정에 대한 것이다. 돌봄을 통해 획득하려는 건강이나 안녕은 인간으로서의 기본 권리로 여겨지나, 돌봄을 재화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치료의 효용성을 가격과 대비해서 판단하는 입장을 견지하는 정부나 정권에서 돌봄은 시민 자격 심사를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Farmer, 2003). 배제는 또한 인종이나 젠더에 근거해서 일어나기도 하는데, 생의학적 패러다임 안에서 이루어지는 돌봄에 대하여 ‘서구적’ 청결 개념을 이해하지 못해 요구되는 지침을 따르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에 따라 특정 국민들은 돌봄에서 배제되거나(Briggs & Mantini-Briggs, 2003), 헤게모니를 쥐고 있는 젠더를 중심으로 구성된 의료 시스템에서 젠더 소수자들은 일상적으로 소외의 경험을 하는 것이 그 예이다(Baker & Beagan, 2014).
이처럼 돌봄에 대한 다양한 접근들은 모두 관계성과 실천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으며, 돌봄에 도덕성과 윤리는 다시 권력과 취약함에 관한 논의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므로 그 연구가 다차원적인 것이다(Vaughn, 2016).
돌봄이 주요 개념으로 등장한 배경에는 배제의 행위자들로서의 권력에 대한 접근에 치중되어 있던 상황에서 “배제의 경험에 관한 이론들을 초월하여 배제된 사람들의 주체성과 창의성에 대한 분석을 포함”하려는 학자들의 노력이 있다(Kleinman, 2013; Robbins, 2013). 즉, 돌봄을 필요로 하는 취약한 자들의 목소리가 빠져있다는 문제의식이 전제되어 있는 것이다. 돌봄을 받는 이들 뿐만이 아니라 돌봄이라는 사회적 실천의 중요성과 그것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절하에 관하여 아서 클라인만은 “돌봄은 사회를 하나로 잇는 보이지않는 ‘접착제’인데도 사회는 영웅적으로 독립적인 행동을 장려하기 위해 돌봄의 실천을 무시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클라인먼, 2020). 그는 전통적으로 돌봄을 목적으로 삼고 있는 의료영역에서 오히려 돌봄의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그것이 제대로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는커녕 방해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그 원인을 “의학 교육에서 돌봄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과 현재의 “의료 시스템의 개혁이 역설적으로 돌봄을 약화”했다는 점을 피력했다(클라인먼, 2020).
돌봄의 중요성과 더불어 그것의 희소성에 대한 인식에 따라 기존에 돌봄의 의무가 부과되었던 집단 가운데 하나인 여성에 대한 연구 또한 돌봄의 맥락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졌다(Abel & Nelson, 1990; Brijnath, 2014; Cohen, 1998; Lamb, 2009). 돌봄의 실천을 추동하는 이데올로기에 대한 탐구 또한 연구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데, 특히 효 관념이 강력한 동아시아에서 그것이 실제의 돌봄 실천을 추동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가 있었다(Ikels, 2004). 이처럼 전통적으로 돌봄을 수행하던 집단이나 돌봄 담론을 구성하는 사회적 관념이나 문화에 대한 연구는 돌봄을 실제로 행하는 집단과 그것을 추동하는 힘 사이에는 간극이 있음을 보여주며 돌봄에 대한 도덕 및 윤리적 접근과 노동으로서의 실천 사이의 차이를 드러낸다.
한편 돌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에는 근대화 이후 전 세계적으로 노인인구의 급증과 돌봄 노동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자원(resources)이 되었다는 사회적 배경이 존재한다. 살아가면서 누구나 아플 수 있기에 누구나 돌봄의 관계를 맺으나, 수명의 연장으로 노년기가 연장된 현대 사회의 인류에게 노년기의 돌봄은 또 하나의 개별적인 장을 형성하게 되었다. 여기에는 일상의 돌봄 실천, 세대 간 돌봄의 순환, 초국가적 돌봄 순환 등의 다양한 측면이 포함되며, 새로운 형태의 통제가 드러나는 현장이기도 하다(Buch, 2015). 물론 노화의 경험은 일반화할 수 없으며 그에 따라 다양한 돌봄의 형태가 존재하지만 누가 일상의 돌봄을 담당하게 되며 그러한 배경에는 어떤 문화적 관습과 정치적 힘이 작용하는지 이해하는 것은 초국가적으로 돌봄 자원이 왕래하는 오늘날 주요한 연구 주제일 수밖에 없다. 육아 또한 이와 같은 접근이 유용한 주제이다. 전통적으로 육아를 담당하던 어머니를 대신하는 할머니의 육아노동과 그 덕분에 젊은 여성들이 타지에서 돌봄 노동을 수행하며 생계를 잇는 현상은 세계화 이후 돌봄 노동이 초국가적으로 거래되는 모습의 이면으로 읽힐 수 있다(김희경 2019; Scott, 2012; Yarris, 2014).
이처럼 돌봄에 관한 연구는 돌봄에 내재되어 있는 사회의 도덕성/윤리에 대한 합의와 같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소통, 그리고 돌봄이 암시하는 인간의 취약성과 돌봄을 제공하는 정치권력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들여다보게 해주어 인간이 맺는 관계 중에서 특수한 돌봄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능케 해준다는 점에서 오늘날 매우 유의미한 주제이다. 특히 돌봄이 인간의 기본 권리 가운데 하나임을 전제했을 때, 돌봄이 동등하게 제공되기 위해서는 돌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자원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돌봄의 논의를 국가 차원 복지와 연결해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학적 돌봄 개념은 건강권 논의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백영경, 2017; Seo, 2016). 또한 클라인만이 지적했듯이 돌봄의 주요 현장 가운데 하나인 의료현장에서 돌봄의 부재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만큼 돌봄의 논의를 다시 의료현장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돌봄의 실천을 발전시킬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기존의 돌봄에 대한 논의는 이면의 구조적 불평등과 사회적 편견을 드러내는 데 주목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연구가 특정 지역에 편중되어 있으므로 돌봄을 이론화하고 그것의 순환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다양한 현지조사 내용이 필요하다는 점이 지적되었다(Appadurai, 1986). 고령화에 대한 연구 또한 노인 인구가 많은 특정 국가에 집중되어, 세계적인 추세로서 노인인구가 증가하는 과정 속에 있는 국가들의 모습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더해 돌봄 연구에서 주된 대상이 되는 노령 인구의 결혼이나 섹슈얼리티에 대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이는 돌봄에 대한 논의가 사회적 구성으로서의 측면에 치중해 당사자들의 삶이나 경험에 비교적 관심이 부족했다는 비판으로 볼 수 있다(Buch, 2015).
한편 기존 연구에서 돌봄이 전제하는 또 다른 특성인 관계성이 종종 간과된다는 점도 비판받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가족 간 노인 돌봄의 논의에서 노동으로서의 측면이 강조되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친교나 신체적 친밀함의 측면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 그렇다(Buch, 2015). 즉, 오늘날 돌봄이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이라는 점에 주목해 그 배경과 맥락을 밝히려는 연구가 주된 반면 돌봄의 순간순간 일어나는 사람 간의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소통과 공감, 돌봄을 통해 새롭게 맺어지는 세대 간 관계나 기존 관계의 재발견 등과 같은 측면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의 돌봄에 대한 연구는 주로 돌봄 체계의 부재나 돌봄의 공공성에 대한 논의의 부족에 주목했다. 가정에서, 병원에서, 돌봄 시설에서, 돌봄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며 ‘모두에게 언젠가는 필요하고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지만 국민의 건강권 논의나, 국가 복지 정책 논의에서 중심자리를 차지하지 못한다. 한국 사회에서 돌봄 노동은 여전히 가정 안에서 여성에게 부과되거나, 그렇지 않으면 조직화 된 돌봄 노동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직화된 돌봄 노동력은 여성 이주 노동자나 중장년 여성으로, 젠더 특이적이라고 볼 수 있다. 돌봄에 관한 기존 연구도 이러한 부분에 주목했다(김희경, 2019; 이현정, 2018).
근래 돌봄 담론은 돌봄을 제공하는 주체로서 국가에 주목하여 돌봄의 공공성과 돌봄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개입하는 복잡한 사회적 맥락에 주목하고 있다(Loaiza, 2018; Abadia-Barrero and Bugbee, 2019; Macleish, 2020). 돌봄은 국민의 건강권에 대응하는 국가의 복지나 의료서비스로서 고찰되며, 이 때문에 의료보험제도나 의료 및 요양보호시설이 유의미한 현지를 제공한다(Seo, 2016; Dao and Mulligan, 2016).
돌봄이 실천되는 장으로서 제도와 시설에 관한 연구는 의료사 연구와 접점을 이루는 부분이기도 하다. 돌봄의 제공과 실천은 당대의 제도와 돌봄 기관에 따라 다른 양태를 드러내며, ‘누가’ 돌봄을 제공받는가의 문제 또한 시대정신의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의료 제도와 의료기관에 관한 의료사 연구(여인석, 2007; 정일영 외, 2016; 김택중, 2017)는 그러한 공간적 현장을 현지로 삼는 인류학적 연구에 역사적 맥락을 드러내주어 돌봄에 내재되어 있는 여러 겹의 구성 요소들을 상세히 밝힐 수 있도록 해준다. 한편 돌봄을 중심으로 하는 인류학적 접근은 기존 의료사적 관점에 더해 해당 사회나 시대의 제도와 기관 안에서 행위자들의 실천에 주목하여 최종적으로 돌봄의 형태로 전달되는 정책이나 의료 제도를 새로운 시각에서 들어다보도록 해준다. 즉, 행위자성을 강조하여 돌봄의 도덕적 차원을 드러내고 그러한 도덕이 기반 하는 사회의 모습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며, 이를 통해 역사적 사건에 의미를 다시 부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돌봄 개념은 광범위하다. 그 가운데 돌봄의 핵심은 바로 관계성을 바탕으로 하는 도덕적 실천이라는 부분으로 볼 수 있으며, 이와 관련해서 사회적 고통과도 많은 연관성을 지니는 의료사적 연구들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이들 연구를 돌봄이라는 관점에서 다시 살펴보았을 때 기존의 연구에서 부재한 행위자에 관한 내용을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김재형, 2019; 박진빈, 2017; 서기재, 2017; 유연실, 2011). 이처럼 돌봄 개념은 한 쪽, 특히 돌봄 제공자에 치중되어 있는 기존 연구에 ‘관계성’을 가져옴으로써 연구 대상에 대한 보다 균형 잡힌 고찰을 가능하게 한다.
돌봄의 논의가 이루어지는 다양한 주제 가운데 감염병 또한 돌봄 개념이 중요한 대표적인 상황이다. 오늘날 코로나19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감염병의 상황에서는 국가적 차원의 대응과 돌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차원의 대응만으로는 감염병에 대처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국민에 대한 국가의 돌봄 체계가 작동해야 하는데, 종종 돌봄은 실패로 돌아가고, 그것은 역사에 기록되어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된다. 과거 스페인 독감 때 정부의 대처는 실패로 돌아갔지만(김택중, 2017), 오늘날 공공 의료 서비스가 보다 나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과거의 돌봄에 대한 역사적 고찰과 돌봄 구성과 실천에 대한 사회적 고찰의 결과일 것이며, 이는 의료사적 접근과 인류학적 접근의 상호작용이 중요한 이유이다. 다시 코로나19의 상황으로 돌아오자면, 현재의 감염병 사태에 대한 대처는 과거를 토대로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돌봄의 작동과 실천에 대한 고찰은 즉각적으로 보다 나은 대처를 할 수 있는 방식을 고찰할 수 있게 함과 동시에 미래를 위한 발판을 다시 마련하는 일이다(Sadruddin and Inhorn, 2020).
향후 한국 사회에서의 돌봄 논의는 출산율 저하의 원인으로 꼽히는 육아환경의 열악함과 고령화 인구의 돌봄 문제에 대한 국가적 돌봄 차원으로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그 안에서 한국 사회의 가족주의와 근대화로 인한 가족관계의 변화, 재생산정치, 인구정책, 그리고 돌봄의 관계를 종횡으로 살핌으로써 한국 사회에서 돌봄의 의미와 돌봄 관련 정책, 역사적 맥락을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돌봄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인 의료에 대한 접근이 미비한 만큼 돌봄을 중심으로 의료를 재구성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필요하며, 특히 코로나 사태에서 경험한 국가 차원의 대응을 면밀히 살핌으로써 정치와 의료가 교차하는 국가적 차원의 돌봄의 의미와 범위 및 한계에 대하여 고찰할 필요가 있다.

4. 나가며

의료는 인간 집단의 양상(사회, 문화라고 불리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언어로 소통하고, 경제활동을 하고 가족을 이루듯, 인간의 모든 그룹은 의료를 통해 돌보고, 치유한다. 집단의 양상이기 때문에 의료는 사회적일 수밖에 없다.
인류 집단의 양상으로서 의료를 직시하면서, 의료인류학은 의료다원주의, 사회적 고통, 생명정치, 돌봄 등의 개념을 제안하고 현장 연구를 통해 구체화 해왔다. 이들 의료인류학 개념들은 관계성 위의 개념이다. 의료를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예를 들면 사회와 분리된 자연과학 지식으로 보지 않고, 사회적인 것들과의 관계 위에서 바라본다. 의료다원주의는 의료가 획일적이지 않고, 각 지역 문화들의 몸, 질병에 대한 다양한 이해와 연결된 사회적 지식의 체계임을 말하고 있다. 사회적 고통은 개별적, 생물학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고통의 경험이, 사회 속에서 만들어 진다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므로 고통에 대한 이해는 그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이해와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다. 생명정치는 몸, 의료, 생명, 그리고 주체가 정치와 연결되는 장면들을 포착하며 몸과 의료가 사회적임을 말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돌봄은 특히 다수의 접점 위에 있는 개념이다. 관계, 자원, 국가, 복지, 권력, 고통, 세계화 등의 접점 위에서 제시되기 때문이다.
사회적이기 때문에, 의료는 또한 역사적이다. 위 개념들은 또한, 시간 축위의 흐름 속에서 변화하고, 혼종하고, 새롭게 구성되는 의료 현상을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지지대가 된다. 한 사회에서 복수 의료들의 존재는 역사적 변화를 떠나서 논의할 수 없을 것이다. 고통이 사회와 연결되어 있다면 사회의 변화 속에서 그 사회적 고통의 내용도 변화할 것이다. 고통의 정도가 경감되기도 하고, 새로운 사회적 고통이 시대적 변화 속에서 부각되기도 할 것이다. 시공간의 차이를 둔 서로 다른 고통이 같은 구조로부터 기인함이 드러나기도 할 것이다. 한편 근현대의 정치를 말하는 생명정치는 특히, 근현대의 역사적 변화와 관계 깊은 개념이다. 생명에 대한 인식과 개념의 변화와 더불어 그것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힘들의 경합을 역사적 맥락에서 총체적으로 살펴보기 때문이다. 돌봄 또한 제도적, 관념적 변화와 함께, 윤리의 변화와 함께, 또한 국가 개입의 양상과 함께 변화한다. 이들 개념들을 통해, 관련 사건이나 현상들을 역사적 시선으로 재조명 할 수 있다.
의료인류학 연구들은 지금(只今)이라는 역사적 시기에서의 의료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현지조사를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의료인류학 연구의 구체성은 과거 시기 의료에 관한 의료사 연구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의료소비자들의 관점과 실천에 관한 다양한 인류학 논의는 각 역사 시기 행위주체로서의 비의료인들에 대한 의료사 연구의 가능성을 예시한다. 또한 인류학 연구들의 사회적 고통 논의는 과거의 몸들에 가해진 억압의 직접적인 경험으로부터 억압의 실체를 역사적으로 읽을 가능성을 제시한다. 생명정치에 대한 의료사 논의는, 푸코가 의지했었던 유럽의 생명정치 탄생의 역사적 논의를 넘어, 식민경험, 세계화, 동아시아 국민국가의 접점 위에서 새로운 논의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다. 이를 통해 생명정치 이론에 기여할 수 있는 동아시아 의료사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한편 돌봄에 대한 논의가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돌봄 개념과 실천에 관한 역사적 연구는 앞으로 더 주목받는 연구가 될 것이다. 지금이라는 역사 시기의 돌봄에 관한 다양한 의료인류학의 연구들은 이전 시기 돌봄에 대한 의료사 연구와 대화할 수 있는 훌륭한 파트너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 논문의 논의들은 향후 의료인류학과 의료사 사이에서 보다 적극적 교류와 공동작업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현지조사를 기본으로 하는 의료인류학에서 의료와 사회적인 것들의 관계에 대한 강조는 당연하다. 현장에서는 카테고리나 관념 속에 존재하는 분류가 분절되어 존재하지 않고 혼종하며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성 위의 작동을 목격하면서 사회 속의 몸들과, 의료와 정치의 중층적인 지형들을 논하고자 하는 것이 의료인류학의 방향성이다. 의료인류학 개념들은 이러한 중층성을 예시하며 인류 집단의 경향성 속 의료를 읽는 시선들을 제공한다. 이러한 인류학적 시선이 역사적 관점과 조우하고 다양한 역사적 조건들을 만났을 때 드러나는 시너지에 대한 가능성을, 본 논문의 개념들과 의료사의 접점들이 강조하고 있다.

Notes

1) 인류학 학술대회 중 가장 규모가 큰 미국인류학회(American Anthropological Association)의 최근 발표문 동향을 살펴보면 의료인류학이 인류학의 주된 연구 분야가 되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전체 미국인류학회 내의 분과 인류학회에서 조직한 세션 가운데 의료인류학회(Association for Medical Anthropology)에서 조직한 것의 수가 가장 많다. 또한 캠브리지 대학 출판사에서 간행하는 의료인류학 시리즈는, 의료인류학이 인류학의 세부 학제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영역”이며, “인류학과 인문학의 가장 시급한 토론을 위한 중요한 포럼을 제공하고 있다”고 시리즈 서문을 통해 언급하고 있다.

2) 레슬리는 이를 “지속되고 있는 고대 과학의 사유 방식”이라고 표현하고 있다(Leslie, 1976:1).

3) 클라인만은 대만의 샤먼[tang-ki]의 예시를 통해 민간 영역을 심도 있게 논했다.

4) 전통의학 종사자들을 국제보건의 행위자로 편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5) 마가렛 락은, 저서 『일본 도시의 동아시아 의학(East Asian Medicine in Urban Japan)』 (1980)의 1984년 판 서문에서 본인이 일본의 동아시아의학을 연구하게 된 사회적 문화적 배경을 밝히면서 당시 미국의 생의학에 대한 비판을 특히 강조하고 있다.

6) 이들의 전통의학 연구 경험은,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대두된 생의학에 대한 의료인류학적 연구에 이들 연구자들이 기여하게 되는 시금석이 되었다.

7) 한의학과 관련한 의료다원주의에 관해서는 김태우(2014) 참조.

8) Rose, Nicolas(2007) 『생명자체에 대한 정치(The Politics of Life Itself)』 참조.

9) 콜레주드프랑스의 강연 모음집인 『안전, 영토, 인구』에서 실제 이 정의는 “생명권력(biopower)”에 대한 정의로 언급되고 있다. 하지만 이 정의는 생명정치의 핵심을 짚어서 말하고 있으며, 또한 푸코는 생명권력과 생명정치를 혼용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생명정치에 관한 정의로 사용해도 그 뜻이 와전되지는 않을 것이다.

10) 레비노우는 자연을 문화에 대한 비유로 사용했던 사회생물학(sociobiology)을 뒤집어 생물사회성을 제안하고 있다

11) 이 개념의 확장성에는 니콜라스 로즈의 논의도 기여를 하였다. 그는 레비노우의 생명사회성 논의와 가까운 측면에서 생물학적 시민권 논의를 하고 있다. Rose(2007) 참조.

12) 의료인류학적 접근을 통한 한국사회 내 만성병 관련 연구로는 김태우(2014)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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